양파실험을 위한 적절한 양파의 개수는?

지금은 한물간 느낌이 있지만 ‘양파실험’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주로 초등학교에서 ‘말(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많이 했었는데요…
뭐든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이 과학인 것처럼 평생 오해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과’의 감성을 ‘이과’로 가져오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체적인 실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양파 두 개를 준비한 다음 한 쪽에는 칭찬의 말을, 다른 한 쪽에는 비난의 말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양파실험, 양파 2개(감사합니다. 미워 싫어)(사진 출처: https://m.ruliweb.com/etcs/board/300781/read/55491869)

그렇게 몇 주 동안 양파의 생장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죠.

대조군 추가

이 실험의 첫 번째 문제는 대조군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조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실험 결과와 비교하기 위한 집단입니다. 대조군이 있어야 실험의 효과를 대조군과 비교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양파 2개만 가지고 하는 실험에는 대조군이 없습니다. 즉, 칭찬의 말과 비난의 말을 각각 들려준 양파 이외에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은 양파가 추가로 더 필요합니다.

양파 실험 (대조군 추가)

양파 실험을 집단으로 변경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은 개체수가 많을 수록 그 실험의 신뢰성이 증가합니다. 단 한 개로만 하는 실험은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대조군’의 ‘군’은 이미 하나가 아닌 ‘여럿’임을 뜻합니다.

양파 실험을 집단으로 변경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독립변인의 세분화가 필요

칭찬과 비난의 말을 하루에 몇 번 씩 해주어야 실험과 결과가 나타날까요?
생각해보면 자극의 역치값이 불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말’의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독립변인이 좀 더 다양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에 칭찬의 말을 한 번, 두 번, 세 번…으로 세분화하여 실험을 진행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비난의 말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파 실험의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독립변인의 세분화가 필요

위와 같이 실험한다면 독립변인에 따라 실험결과가 정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잘 되었다면, 나타나는 그래프는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양파 실험의 결과 그래프 (이렇게 나온다면 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가 이상하다면? 그건 양파가 중국산이기 때문!

초등학교에서 하는 이 실험의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칭찬’의 말을 들었던 양파가 더 잘 자랍니다.
결과가 항상 정해져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애초에 좀 더 싱싱한 양파를 ‘칭찬’ 자리에 놓고 실험을 진행한다.
  • ‘칭찬’ 자리의 양파에게 물을 더 많이 자주 갈아준다. 영양제 한 두 방울은 덤
  • 실험 중 더 잘 자라는 양파를 ‘칭찬’ 자리로 서로 바꾸어 놓는다.
  • 실험 결과가 애매한 경우, 수입산 양파가 한국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이라고 치부한다.

양파 실험 (이 양파는 중국말로 칭찬해 주어야...)

참고로, 굳이 실험을 하고 싶다면 제철에 판매되는 양파를 구입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저장 양파나 수입산 양파는 감마선 조사를 통해 세포의 활성을 거의 멈춰 놓은 상태입니다. 물에 담가도 뿌리가 돋아날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물론 사람이 먹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